지난 2월에『제프리 리처의 Windows via C/C++, 5th』역자, 김명신 씨를 무작정 찾아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한 이유는 생업에 종사하는 현실에서 1천페이지에 이르는 번역 분량을 어떻게 번역할 수 있었는지, 더욱이 10개월에 걸친 기나긴 번역 기간을 어떻게 인내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2월의 어느날,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입주해있는 포스코빌딩 2층 커피숖.
Sam : 책을 번역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책을 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명신 :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애를 낳은 느낌입니다.
Sam : 여자분도 아니면서 애를 낳으셨다니 표현이 참 재미있네요.
김명신 : 왜 우리가 처음 애를 갖게 되면 처음에는 설레이고 즐겁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하고, 고통스럽고 그렇잖습니까? 그것과 같이 책을 번역할 때에도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제프리 리처의 명저를 내가 번역한다는 설레임과 즐거움이 컸었죠. 그러다가 몇 개월이 지나니까 번역 속도는 더뎌져 초조해지고 힘에 부치고, 번역이 끝난 후에 세 번에 걸친 교정작업을 할 때는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이 책을 지난해 3월부터 번역에 들어가서 12월에 마감을 했으니 10개월이 걸렸습니다. 대략 임신하는 기간과 동일하잖아요...(웃음)
Sam : 실제로 출간된 책을 보니 어떠신가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명신 : 책은 깔끔하게 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레이아웃도 마음에 듭니다. 교정을 맡아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본문에 어느 페이지를 참고하라는 지시 부분이 있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페이지를 지시하더군요. 반면, 번역면에서는 일부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에 준해서 번역하려다보니 집필서처럼 잘 읽히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도 일부 있구여, 아무튼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번역서에서 느껴지는 한계상황이 보이네요.
Sam : 번역서가 출간되었을 때 지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김명신 : 그게 재미있게도 동일한 패턴을 보이더군요. 먼저 공짜로 책을 하나 달라 하고, 그 다음에는 책을 가지고 와서는 사인해달라고 하더라구여. 남에게 사인을 처음 해주는 것이라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Sam : (웃음) 사람 심리가 다 그런가 보네요. 책을 공짜로 달라는 요청은 저도 많이 받거든요.
Sam : 이번 책을 번역할 때는 블로그를 통해서 베타리뷰어를 모집하셨죠?
김명신 : 네. 그것은 좀 실험적인 시도였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20여명이 신청을 했다는 점입니다. 열정있는 개발자가 많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3명을 선정했는데요 그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겠군요...제가 실험적이라는 말씀을 드린 데에는 공개적인 모집이라는 의미외에 기술적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제가 베타리뷰어에게 발송한 문서에는 DRM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 문서는 해당 베타리뷰어만 열람할 수 있고 편집이 가능하나 프린트 및 파일복사는 불가능하고, 문서열람일자는 제한을 두었습니다.
Sam : 그게 가능한가요?
김명신 : 워드에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 해당 베타리뷰어를 확인하는 데는 메신저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했구여.
Sam : 재미있군요. 저두 이 기능을 한번 사용해봐야겠어요.
Sam : 이 책의 역자로서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지요?
김명신 : 이 책은 윈도우즈 프로그래머라면 모두 봤으면 합니다. 이 책은 윈도우즈 동작방법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기에 그렇죠. 윈도우즈 프로그래머가 윈도우즈의 동작방법을 모른다면 그것은 마치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격이라 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무너지게 마련이죠. 저는 좋은 개발자란 지금 개발을 잘 하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계속 받아들이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윈드셔핑처럼요. 개발환경은 항상 변합니다. 이러한 바람, 파도에 넘어가지 않게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계속 받아들이는 자세는 바로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Sam : 그렇군요. 그런데 윈도우즈 프로그래머라고 하니 굉장히 독자층이 넓은 느낌이 드네요.
김명신 : 여기저기 자료를 보니 국내 개발자수가 대략 15만명이라고 추산하더군요. 저는 그 중에서 윈도우즈 개발자가 3만명은 되지 않을까 싶고, 그들 모두가 이 책을 사지 않을까 싶습니다(^^).
Sam : 3만명이라, 정말 3만권이 팔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아직까지의 반응은 좀 미지근한데 차장님께서 좀더 뛰어주실 의향은 있으신지요, 이를테면 세미나를 여신다거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내에서 스터디를 여신다거나 하는...
김명신 : 내부 스터디는 이미 시작을 했구여, 세미나는 언제든지 스피커로 나설 의향이 있습니다. 여기 5층에 세미나실도 있으니 해볼만 하겠는걸요.
Sam :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5층 세미나실에서 세미나를 여는 방안을 제가 준비해보겠습니다.
Sam :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회사를 다니면서 언제 번역을 하셨는지 하는 점입니다.
김명신 : 번역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최소한 하루에 세 시간은 확보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처음에는 저녁 10시에서 1시까지 시간을 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들때문에 그게 잘 안되더군요. 제게 04년생, 06년생 아들이 있습니다. 과장님도 애를 키워서 아시겠지만 아들 녀석들이 제가 잠을 자지 않으면 잠을 안 자요. 그래서 10시 - 1시였던 번역시간이 11시- 2시, 12시 - 3시가 되었답니다. 결국 제가 최종적으로 잡은 시간은 3시 - 6시였습니다.
Sam : 3시 - 6시라구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김명신 : 10시에 잠을 듭니다. 그러면 애들도 같이 자게 되니까요. 그러곤 3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번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찍 직장에 출근해서 근처에 있는 곳에서 수영을 다녔습니다. 번역이 한두 달 내에 끝날 것이 아니기때문에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더군요. 직장인들 무엇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새벽시간을 활용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두요.
Sam : 저두 예전에 인라인 스케이트에 미쳐서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탄 적이 있답니다. 영하 10도에도 탓었죠. 아, 옛날 생각 나는 군요. 그러면 주말에는 좀더 번역을 많이 하셨나요?
김명신 : 아니요. 주말에도 새벽 3시부터 6시까지만 했습니다. 낮에는 얘들하고 놀아줘야 하니까요.
Sam : 주말에도 세 시간씩이면, 이렇게 해서는 이 책의 번역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 같은데요?
김명신 : 그래서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도 노트북을 켜고 번역을 했습니다. 출퇴근하는 시간이 하루에 90분 가량되는데, 다행히도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거든요. 제가 번역을 마치고 누린 즐거움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자는 것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편히 자면서 출퇴근하는 기쁨이 그렇게 큰줄 몰랐거든요.
Sam : 어느덧 1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번역이었는데, 다음 번역은 생각하고 계신바가 있으신지요?
김명신 : 번역은 힘든 일이지만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드네요. 나중에 연락주시면 다시 스타트를 해보겠습니다. 참, 이번 책을 준비하시면서 차 사고를 겪으셨다고 했는데 괜찮으신 건지요?
Sam : 네. 이 책을 마감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일요일에 출근을 했는데 잠시 밖에 나가려다 차 사고를 냈지요. 앞에 있는 차를 제가 들이받았으니 100% 제 과실입니다. 다친곳은 전혀 없는데 견적이 꽤 나왔죠. 상대편 대인배상 83만원, 차수리비 45만원 그리고 제 차를 수리하는데 165만원이 들었으니까요.
김명신 : 안 다치셨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Sam : 네. 보험료로 처리를 했으니 그나마 잘 처리가 되었습니다. 한번은 이렇게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293만원을 뽑으려면 이 책을 얼마나 팔아야할까 하고 말이죠...(ㅋㅋ).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